재택근무, 정말 일이 안 되는 걸까 – 1,612명을 추적한 6개월의 실험

재택근무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너무 다릅니다. 어떤 분은 재택을 시작한 후 일이 잘된다고 하고, 어떤 분은 집에서는 도무지 집중이 안 된다고 합니다. 회사 경영진은 직원들이 집에서 일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걱정하고,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입장이 갈리니 누구의 말이 맞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이 2024년 6월 Nature에 실렸습니다. 스탠퍼드의 Nicholas Bloom, 홍콩중문대(선전)의 Ruobing Han, Trip.com 회장 James Liang이 함께 쓴 “Hybrid working from home improves retention without damaging performance”라는 논문입니다. 1,612명의 직원을 6개월간 무작위 대조 시험으로 추적한 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이 연구가 다른 재택근무 연구들과 다른 결정적 이유는 설계입니다. 그동안의 재택 연구는 대부분 설문조사나 단순 비교였는데, 이 연구는 직원들의 생년월일 홀짝을 기준으로 무작위 배정한 실험이었습니다. 홀수 생일자는 수요일과 금요일에 재택을 허용하고, 짝수 생일자는 사무실 근무를 유지했습니다. 두 그룹은 출발선에서 차이가 없는 상태로 6개월을 보낸 후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매우 분명했습니다. 재택을 한 그룹의 이직률이 33퍼센트 감소했고, 직무 만족도는 분명히 향상됐으며, 성과 점수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마케터로 일하면서 4년째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는 저로서는 이 결과가 와닿았습니다. 이 숫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이직률 33% 감소 – 가장 큰 발견

연구가 발견한 가장 큰 효과는 사실 생산성이나 만족도가 아니라 이직률이었습니다. 재택 그룹의 6개월 이직률이 사무실 그룹보다 33퍼센트 낮게 나왔습니다.

이게 회사에 어떤 의미인지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원 한 명이 이직하면 회사는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채용 비용, 교육 비용, 그리고 새 직원이 자리잡을 때까지의 생산성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보통 한 명당 그 사람 연봉의 6개월에서 1년치 비용이 든다고 추정됩니다. 1,000명 회사에서 이직률이 33퍼센트 줄어든다면 매년 수십억 원의 비용이 절감되는 셈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건 누가 이직률 감소 효과를 가장 크게 봤느냐입니다. 비관리자, 여성, 그리고 통근 거리가 긴 직원들이었습니다. 통근 거리가 1시간 이상인 직원들은 재택의 가치가 압도적으로 컸습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두 시간을 통근에서 절약한다는 건 한 달이면 16시간, 1년이면 200시간이 자유로워진다는 뜻입니다. 이 시간이 가족, 운동, 휴식으로 옮겨가니 일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고 결국 회사에 머무는 결정으로 이어집니다.

저도 분당에서 강남 사무실까지 매일 출근할 때는 한 시간 반씩이 통근에 들었습니다. 수요일과 금요일에 그 시간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일주일이 다른 모양으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성과는 그대로 – 2년 후속 평가가 보여준 것

회사 경영진이 가장 걱정하는 건 재택을 하면 일이 안 될 거라는 점입니다. 이 연구는 그 우려에 분명한 답을 줬습니다. 6개월 실험 기간뿐 아니라 그 후 2년간의 후속 성과 평가에서도 두 그룹 사이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성과 측정은 회사의 정기 평가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1년에 두 번 진행되는 종합 평가의 점수와 등급, 그리고 승진율까지 포함됩니다. 두 그룹 사이에 어떤 측정에서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즉 재택을 했다고 해서 평가가 떨어지지도 않았고, 사무실에 있었다고 해서 더 좋은 평가를 받지도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 결과가 흥미로운 건 단순히 평균이 같다는 것이 아니라, 분포 자체가 비슷했다는 점입니다. 우수한 직원도 평범한 직원도 재택 환경에서 본인의 위치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재택이 누구에게는 약이고 누구에게는 독이라는 식의 패턴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케터의 일을 예로 들어 보면 이게 왜 가능한지 어렴풋이 이해됩니다. 콘텐츠 기획, 광고 카피 작성, 데이터 분석, 캠페인 리뷰 같은 일들은 사실 책상에서 혼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가장 많이 필요합니다. 재택 환경이 오히려 이 집중에 더 적합한 경우가 많고, 회의나 협업이 필요할 때는 사무실 출근일에 몰아서 처리하면 됩니다. 재택과 사무실의 서로 다른 강점을 일에 맞춰 배치하면 성과가 떨어질 이유가 없습니다.

직무 만족도 향상 – 일이 덜 힘들어진다

세 번째 발견은 직무 만족도의 분명한 향상입니다. 회사는 정기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재택 그룹의 만족도가 사무실 그룹보다 의미 있게 높게 나왔습니다.

이 만족도 향상이 이직률 감소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은 단순합니다. 출퇴근 부담이 줄고, 업무 외 시간을 본인이 주도적으로 쓸 수 있고, 가족과의 시간이 늘어나니 삶 전체가 조금 가벼워집니다. 그 가벼움이 회사를 떠나야 할 이유를 줄입니다. “이 회사에서 받는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옮겨갈 만큼 힘든가”라는 질문에 더 자주 “아니요”라고 답하게 되는 셈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만족도 향상이 단지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만족한 직원은 더 적극적으로 일하고, 더 길게 회사에 머물고, 신입을 데려오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회사 입장에서 직원 만족도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재택 정책은 큰 투자 없이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적인 도구라는 게 이 연구의 메시지입니다.

관리자가 보는 재택, 직원이 보는 재택

이 연구의 또 다른 흥미로운 발견은 관리자와 비관리자 사이의 인식 차이였습니다. 관리자들은 비관리자들보다 재택의 가치를 분명히 낮게 평가했습니다. 재택 자원에도 덜 적극적이었고, 재택의 생산성 영향을 더 부정적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 볼 만합니다. 관리자는 본인이 직접 일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일을 보고 평가하는 비중이 큽니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면 일이 잘되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회의 일정을 잡거나, 결정 사항을 빠르게 공유하거나, 갈등을 즉석에서 해결하는 일들이 사무실에서 더 매끄럽게 됩니다. 관리자에게 재택은 일이 더 어려워지는 경험일 수 있습니다.

반면 비관리자는 본인의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얻습니다. 회의에 끼어들 부담이 줄고, 잡무가 줄고, 통근 시간이 사라집니다. 같은 재택이지만 두 그룹은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합니다.

이 인식 차이는 회사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줍니다. 재택 정책은 보통 관리자급에서 결정되는데, 그분들이 재택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면 회사 전체가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로 확인된 효과를 보고 결정해야지 인상이나 직관으로 결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 이 연구의 또 다른 메시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연구의 결과를 어떻게 우리 일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입장에 따라 답이 다릅니다.

회사를 운영하시거나 인사 정책을 만드시는 분이라면 재택근무가 단순히 직원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차원이 아니라 인재 보유 전략으로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직률 33퍼센트 감소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다른 비싼 복지 프로그램으로 같은 효과를 내려면 훨씬 큰 비용이 들 겁니다. 재택 정책은 거의 비용 없이 같은 효과를 만드는 도구입니다.

직원 입장이라면 재택의 가치를 본인 회사에서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연구의 결과는 본인이 회사와 재택 정책을 협상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입니다. 우려를 표하는 관리자에게 6개월 RCT의 결과를 보여 주면 인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인이 이미 재택을 하고 있다면 그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통근 시간이 사라진 만큼을 가족, 운동, 학습, 휴식에 쓰면 삶의 질이 분명히 달라집니다. 그 변화가 누적되면 1년 후의 본인은 시작 전과 분명히 다른 위치에 있게 됩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앞으로 재택과 하이브리드 근무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메인 논문의 결과를 깊이 풀어내는 글들과 함께, 4년째 하이브리드로 일하면서 직접 경험한 노하우도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화면 너머에서 차분히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 문헌
Bloom N, Han R, Liang J. Hybrid working from home improves retention without damaging performance. Nature. 2024;630(8018):920-925. NBER Working Paper 30292 (2022). https://www.nber.org/system/files/working_papers/w30292/w30292.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