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시간 관리가 사실 회사의 일정에 본인을 맞추는 일에 가깝습니다. 9시까지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점심을 먹고, 6시에 퇴근하는 구조 속에서 본인이 통제할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재택은 이 구조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자유롭지만 동시에 어렵기도 합니다. 본인이 본인의 시간을 통제해야 하는 책임이 그대로 본인에게 옵니다.
마케터로 하이브리드 근무 4년차에 들어서면서 시간 관리에 대한 본인만의 원칙이 자리잡았습니다. 처음 몇 달은 시간이 흩어지고 일과 생활이 흐려졌는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섯 가지 원칙으로 정리됐습니다. 이 원칙들이 재택의 자유를 활용하면서도 일과 일상을 분리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첫 번째 – 시작 시간을 정해 두기
재택의 첫 번째 함정은 출근 시간이 흐려지는 것입니다. 사무실에 갈 필요가 없으니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지고, 일을 시작하는 시간도 늦어집니다. 하루의 출발이 늦어지면 그날 끝내야 할 일을 끝내기 위해 저녁까지 일이 길어집니다.
해결은 단순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을 시작하는 약속을 본인과 하는 것입니다. 사무실에 출근할 때처럼 9시에 시작하셔도 되고, 본인의 자연스러운 리듬에 맞춰 8시나 10시로 정하셔도 됩니다. 중요한 건 일관성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시작하면 뇌가 그 시간을 일하는 모드로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일에 들어갑니다.
저는 매일 9시 시작을 약속으로 했습니다. 8시 30분에 일어나서 30분 동안 짧은 산책과 차 한 잔의 시간을 갖고 9시 정각에 책상에 앉습니다. 이 일관성이 재택의 가장 큰 도전인 시작의 부담을 해결해 줬습니다. 어떤 날은 의욕이 적어도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책상으로 갑니다.
이 원칙의 핵심은 본인의 자유 의지에 의존하지 않는 것입니다. 매일 시작 시간을 결정하면 매일 결심이 필요한데, 결심은 한정된 자원이라 빨리 지칩니다. 한 번 정한 시간을 매일 같이 지키면 결심이 필요 없어집니다.
두 번째 – 점심 시간을 분명히 정하기
사무실에서는 점심 시간이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다 같이 12시에 나가서 1시에 돌아옵니다. 재택에서는 본인이 정하지 않으면 흐려집니다. 점심을 책상에서 대충 때우는 분도 있고, 한 시간 반씩 늘어지는 분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일의 흐름이 끊깁니다.
가장 좋은 방식은 사무실에서처럼 일정한 점심 시간을 정해 두는 것입니다. 12시에서 1시 사이의 한 시간을 점심으로 분명히 비워 두세요. 이 시간에는 일을 안 하고, 책상에서 떠나고, 가능하면 잠깐 산책도 하시면 좋습니다.
점심 시간이 분명하면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첫째, 오전에 마감 의식이 생깁니다. 12시까지 어떤 일을 끝내겠다는 작은 목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그게 집중력을 높입니다. 둘째, 오후에 새 출발이 생깁니다. 한 시간의 휴식 후 다시 책상에 앉으면 오전과 다른 에너지로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점심을 책상에서 먹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같은 자리에서 일하고 먹고 또 일하는 패턴은 뇌에 휴식 신호를 주지 않습니다. 거실 식탁이나 부엌 같은 다른 공간에서 먹고 짧게라도 책상에서 떠나 있는 시간을 만드시기를 권합니다.
세 번째 – 깊은 집중 시간을 보호하기
재택의 가장 큰 강점은 깊은 집중이 가능한 환경이라는 점인데, 의식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그 강점이 사라집니다. 메신저 알림, 갑작스러운 회의 요청, 이메일 확인 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끼어듭니다.
하루 중 가장 머리가 잘 도는 시간대를 깊은 집중 시간으로 보호하시기를 권합니다. 보통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가 많은 사람에게 가장 좋은 집중 시간입니다. 이 두 시간은 회의를 잡지 않고, 메신저 알림을 끄고,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합니다.
캘린더에 이 시간을 “깊은 집중”이라고 분명히 표시해 두는 게 효과적입니다. 동료가 회의를 잡으려 할 때 이 시간이 비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면 다른 시간을 선택합니다. 본인도 이 시간이 보호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면 다른 일을 끼워 넣을 유혹이 줄어듭니다.
콘텐츠 마케터의 일 중에서 캠페인 기획서 작성, 광고 카피 다듬기, 데이터 분석 같은 것들이 깊은 집중을 필요로 합니다. 이런 일들을 오전 두 시간에 처리하면 같은 일을 산만한 환경에서 처리할 때보다 절반의 시간에 끝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절약된 시간이 다른 가치 있는 일로 옮겨갑니다.
네 번째 – 메시지 처리 시간 정해 두기
메신저는 재택의 필수 도구지만 동시에 가장 큰 시간 도둑입니다. 모든 메시지에 즉시 답하려 하면 본인의 일 흐름이 계속 끊깁니다. 그렇다고 다 무시하면 협업이 안 됩니다. 균형이 필요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메시지 처리 시간을 정해 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5시 정도로 세 번의 메시지 확인 시간을 정해 둡니다. 그 시간에 모든 채널의 메시지를 한 번에 확인하고 답합니다. 그 외 시간에는 알림을 끄고 본인의 일에 집중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메시지 처리가 효율적이 된다는 점입니다. 한 번에 여러 메시지를 처리하면 맥락 전환 비용이 줄고 답변의 품질도 좋아집니다. 또한 본인의 일에 집중할 시간이 길게 확보됩니다.
다만 정말 급한 일이 있을 때를 위한 예외 규칙도 필요합니다. 동료들에게 미리 알려 두세요. “급한 건은 직접 전화해 주세요. 메시지는 한 시간 안에 답하겠습니다” 같은 식입니다. 이렇게 양해를 구해 두면 응답 지연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즉시 답하지 않는 게 어색할 수 있습니다. 일이 안 굴러가는 게 아닌가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주일 정도 지나면 의외로 대부분의 메시지가 한두 시간 안에 답해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섯 번째 – 종료 시간을 분명히 정하기
재택의 가장 큰 함정은 일이 저녁으로 번지는 것입니다. 사무실은 퇴근하면 일터에서 떠나는 명확한 경계가 있는데, 집은 그 경계가 없습니다. 저녁에 한 번 더 메일을 확인하고, 잠자기 전에 한 번 더 메시지를 보고 하는 식으로 일이 일상으로 침투합니다.
이걸 막으려면 종료 시간을 분명히 정해야 합니다. 6시든 7시든 본인의 일정에 맞는 시간을 정하시고, 그 시간이 되면 컴퓨터를 닫고 일에서 분리되시기를 권합니다. 종료 의식을 만드시면 더 좋습니다. 컴퓨터를 닫고, 책상을 정리하고, 짧은 산책을 하는 식의 마무리 행동입니다.
특히 메신저 알림은 종료 시간 후에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정하시기를 권합니다. 휴대폰의 집중 모드(아이폰) 또는 디지털 웰빙(안드로이드)에서 시간 기반 자동 설정이 가능합니다. 본인의 의지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이 알아서 처리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주말은 더 분명히 보호해야 합니다. 평일에 못 끝낸 일을 주말로 미루는 패턴이 자리잡으면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주말에는 노트북을 일하는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시야에 없으면 손이 안 갑니다.
시간 관리의 더 큰 그림
다섯 가지 원칙이 모두 시간을 본인이 통제하는 일에 관한 것입니다. 사무실은 외부에서 시간 구조가 주어지지만 재택은 본인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 책임을 받아들이는 게 재택 시간 관리의 핵심입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해 두실 것은 시간 관리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매일 12시간씩 일하면 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한 달이 지나면 번아웃이 옵니다. 매일 8시간 일하고 저녁과 주말에 분명히 쉬면 한 달, 일 년, 십 년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시간 관리의 진짜 목적은 후자입니다.
저는 4년 재택 끝에 이 원칙들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는데,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한 달 내내 9시 시작을 못 지킨 적도 있고, 점심을 책상에서 때우다 위장 문제가 생긴 적도 있고, 저녁에 메일을 보다 잠을 설친 적도 있습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본인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 시간 관리의 실제 모습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다섯 가지 원칙을 한꺼번에 적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본인에게 가장 부족한 한 가지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오늘 시작하실 수 있는 일은 단순합니다. 다섯 가지 원칙(시작 시간, 점심 시간, 깊은 집중 시간, 메시지 처리 시간, 종료 시간) 중에서 본인이 가장 자주 흔들리는 한 가지를 골라 다음 한 주 동안 의식적으로 지켜 보세요. 다음 주에는 두 번째 원칙을 추가하는 식으로 차례로 자리잡혀 갑니다.
가장 추천하는 첫 시작은 종료 시간 분명히 정하기입니다. 일이 저녁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면 다음 날 아침의 컨디션이 다르고, 좋은 컨디션이 다른 모든 원칙의 기반이 됩니다. 6시 또는 7시에 분명히 컴퓨터를 닫는 약속 하나로 일주일을 보내시면 변화를 분명히 느끼실 겁니다.
재택의 자유는 시간 통제권에서 나옵니다. 그 통제권을 본인이 분명히 잡으면 재택은 정말 강력한 일하는 방식이 됩니다. 통제권을 놓치면 자유가 부담으로 바뀝니다. 어느 쪽이 될지를 본인이 매일 정하시는 셈입니다.
참고 문헌
Bloom N, Han R, Liang J. Hybrid working from home improves retention without damaging performance. Nature. 2024;630(8018):9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