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를 시작하기 전에는 잘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사무실에 출근하던 시절에 우리가 의외로 많이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지하철역까지 걷고, 사무실 안에서 회의실로 이동하고, 점심 먹으러 식당가까지 걷고, 퇴근길에 다시 걷는 그 모든 움직임이 재택을 시작하면 사라집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책상에서 부엌까지의 다섯 걸음만 반복하다 잠드는 일이 생깁니다.
마케터로 4년째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면서 가장 분명한 신체 변화를 느낀 부분이 운동량 감소였습니다. 처음 한 해 동안 체중이 5킬로그램 가까이 늘었고, 거북목이 시작됐고, 오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일은 잘 되는데 몸이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그 시점부터 의식적으로 건강 관리를 시작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적인 패턴이 자리잡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공유드립니다.
줄어든 걸음 수의 충격
먼저 본인의 일상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사무실에 출근하던 시절의 평균 걸음 수와 재택 시작 후의 걸음 수를 비교해 보면 충격이 옵니다.
전형적인 사무실 출근자의 하루 걸음 수는 평균 6,000보에서 8,000보 정도입니다. 출근, 사무실 내 이동, 점심 외출, 퇴근이 합쳐지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양입니다. 이게 풀 재택자의 경우 2,000보 안팎으로 떨어집니다. 거의 70퍼센트 감소입니다.
이 감소는 단순히 운동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성 질환의 위험을 키우는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하루 5,000보 이하로 떨어지면 심혈관 질환과 당뇨 위험이 분명히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매일의 작은 움직임이 의외로 큰 건강 효과를 만들고 있었는데 재택은 그 효과를 상당 부분 빼앗습니다.
스마트워치나 폰의 만보기 기능으로 본인의 걸음 수를 일주일만 측정해 보시면 충격을 받으실 겁니다. 측정이 곧 인식이고, 인식이 곧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가짜 출퇴근으로 걸음 수 회복하기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인 해법은 가짜 출퇴근입니다. 사무실에 가지 않더라도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에 의도적으로 걷는 시간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아침에 일을 시작하기 전 15분에서 30분 동안 동네를 산책합니다. 같은 시간에 매일 같은 코스를 걸으면 일하는 모드로 자연스럽게 전환됩니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시간을 산책 시간으로 대체하는 셈입니다.
저녁에 일이 끝난 후에도 비슷한 산책을 합니다. 일하는 자아에서 일상의 자아로 전환되는 시간입니다. 두 번의 산책이 합쳐지면 30분에서 한 시간이 매일의 운동량으로 추가됩니다. 일주일 5일이면 5시간이 되고, 한 달이면 20시간이 됩니다.
이 가짜 출퇴근의 핵심은 의도적이고 정기적이라는 점입니다. 어쩌다 한 번 걷는 게 아니라 매일 같은 시간에 걷는 약속입니다. 정기성이 자리잡으면 본인이 그 시간을 지키게 되고 자연스럽게 일상의 일부가 됩니다.
분당의 호숫가가 가까워서 저는 매일 아침 그 코스를 30분씩 걷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한 달 정도 지나니 그 시간이 하루의 가장 평온한 부분이 됐습니다. 걷는 동안 머릿속이 정리되고 그날 할 일에 대한 아이디어도 떠오릅니다.
책상에서 일어나는 시간 만들기
긴 시간 한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은 운동 부족만큼이나 건강에 해롭습니다. 같은 시간 일하더라도 30분에 한 번씩 일어나서 짧게 움직이는 것과 두세 시간씩 앉아 있는 것은 결과가 분명히 다릅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50분에 한 번씩 일어나는 것입니다.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패턴을 만들어 두면 의외로 잘 작동합니다. 휴식 시간에는 책상에서 떠나서 부엌으로 가서 물 한 잔 마시거나 베란다에서 잠깐 밖을 보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누적되면 큰 차이가 됩니다.
타이머를 활용하면 의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됩니다. 폰의 알람이나 컴퓨터의 타이머 앱을 50분으로 맞춰 두면 시간이 됐을 때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흐름이 끊기는 게 싫지만 일주일 정도 적응하면 오히려 효율이 올라간다는 것을 느낍니다.
스탠딩 데스크도 좋은 투자입니다. 책상 높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모델이면 일부 시간을 서서 일할 수 있습니다. 모든 시간을 서서 일할 필요는 없고, 회의 시간이나 가벼운 작업 시간 정도를 서서 처리하면 앉아 있는 시간이 의미 있게 줄어듭니다.
거북목과 허리 통증의 예방
오래 앉아 화면을 보는 일이 누적되면 가장 흔하게 오는 문제가 거북목과 허리 통증입니다. 이 문제는 한 번 자리잡으면 회복이 어려워서 예방이 결정적입니다.
거북목 예방의 핵심은 화면 높이입니다. 화면 상단이 본인 눈높이와 같거나 약간 낮아야 자연스러운 자세가 됩니다. 노트북만 쓰면 자연스럽게 내려다보게 되어 거북목이 생기니 외부 모니터나 노트북 받침대 사용이 거의 필수입니다.
허리 통증 예방의 핵심은 자세와 의자입니다. 등받이가 허리 라인을 받쳐 주고, 발이 바닥에 평평하게 닿고, 무릎이 90도로 굽혀지는 자세가 좋습니다. 푹신한 소파나 침대에서 일하지 마시고 적절한 의자에 앉아 일하시기를 권합니다.
매일 짧은 스트레칭도 도움이 됩니다. 아침 작업 시작 전과 점심 후, 그리고 저녁 마무리 시점에 5분씩만 해도 누적 효과가 큽니다. 목 돌리기, 어깨 풀기, 허리 굽혀 다리 만지기, 가슴 활짝 펴기 같은 단순한 동작들이면 충분합니다.
증상이 시작되면 빨리 대응하시기를 권합니다. 어깨에 뻐근한 느낌, 목이 뻣뻣한 느낌, 허리에 가벼운 통증이 느껴지면 그 시점에 자세와 환경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정형외과나 한의원을 방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신호를 무시하면 큰 문제로 발전합니다.
의식적인 운동 추가하기
산책과 짧은 휴식만으로는 운동량이 부족합니다. 의식적인 운동을 일주일에 몇 번씩 추가하시기를 권합니다. 재택의 시간 자유는 운동을 일상에 통합하기 좋은 환경이기도 합니다.
가장 단순한 운동은 홈트레이닝입니다. 유튜브에는 좋은 무료 영상이 많고, 도구 없이도 30분짜리 효과적인 운동이 가능합니다. 점심 시간 직전이나 일과 시작 전에 30분만 해도 일주일에 두세 번이면 충분합니다.
헬스장을 이용하시는 분이라면 출근 전이나 점심 시간 또는 퇴근 직후 시간이 좋습니다. 재택의 자유를 활용하면 출퇴근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 운동할 수 있어 시설을 더 여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달리기, 자전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도 좋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 30분 정도면 심혈관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동네 러닝 모임이나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하면 운동도 하고 사회적 연결도 만들 수 있어 일석이조입니다.
운동의 종류보다 정기성이 더 중요합니다. 일주일에 어떤 운동을 몇 번 한다는 약속을 분명히 하시고 그것을 캘린더에 일정으로 잡아 두세요. 일정에 들어 있어야 다른 약속에 밀리지 않습니다.
식사와 수분 섭취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식사와 수분입니다. 재택 환경에서 흔히 무너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식사의 가장 큰 함정은 책상에서 먹는 일입니다. 일하면서 한 손으로 점심을 먹는 패턴이 자리잡으면 식사가 일의 일부가 됩니다. 영양도 충분하지 않고 마음의 휴식도 안 됩니다. 식사는 책상에서 떠나서 분명한 휴식 시간으로 처리하시기를 권합니다.
수분 섭취도 의외로 자주 잊어버립니다. 사무실에서는 자연스럽게 정수기를 향해 일어나는 동작이 있는데 집에서는 그게 없어서 물을 거의 안 마시고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상에 물병을 두고 시야에 잡히게 해 두면 자연스럽게 마시게 됩니다.
간식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재택 환경에서는 간식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많이 먹게 됩니다. 시야에서 멀리 두거나 일정한 시간(예: 오후 3시 15분간만)에만 먹는 규칙을 만드시면 좋습니다.
수면의 중요성
마지막으로 수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운동, 식사, 수면이 건강의 세 축인데 재택 환경에서는 수면이 흐트러지기 쉽습니다.
가장 흔한 문제는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는 것입니다. 출근 부담이 없으니 늦게까지 활동하게 되고, 그게 누적되면 수면 시간이 줄어듭니다.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약속을 본인과 하시기를 권합니다.
침실에서 일하지 마시기를 권합니다. 침대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일하면 뇌가 침대를 일하는 곳으로 인식하기 시작하고 잠이 잘 안 옵니다. 침대는 잠자는 곳으로 분명히 분리되어야 잠이 잘 옵니다.
자기 전 한 시간은 화면을 멀리하시기를 권합니다. 폰이나 노트북의 빛이 멜라토닌 분비를 막아 잠드는 시간을 늦춥니다. 종이책이나 음악 같은 다른 활동으로 마무리 시간을 채우시면 수면 질이 분명히 좋아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재택의 자유는 본인의 건강을 지키는 책임도 함께 가져옵니다. 사무실 시절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던 운동량과 식사 리듬이 사라졌으니 본인이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오늘 시작하실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일은 가짜 출퇴근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내일 아침부터 일을 시작하기 전 20분만 동네를 산책해 보세요. 일을 끝낸 후에도 같은 시간을 걷습니다. 이 두 번의 산책이 매일 누적되면 한 달 후 본인의 컨디션이 분명히 다릅니다.
또 한 가지 시도해 볼 만한 것은 본인의 걸음 수를 일주일 측정해 보는 것입니다. 5,000보를 넘는지 안 넘는지가 첫 기준입니다. 안 넘으면 그게 본인의 변화 출발점입니다.
재택의 가치는 시간 회복입니다. 그 회복된 시간의 일부를 본인의 몸을 위해 쓰면 일과 건강이 함께 좋아집니다. 1년 후 본인의 몸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늘 시작하는 작은 약속 하나입니다.
참고 문헌
Bloom N, Han R, Liang J. Hybrid working from home improves retention without damaging performance. Nature. 2024;630(8018):9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