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자가 꼭 읽어야 할 책 5권

재택근무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면 어느 시점에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도구 사용법은 익혔는데 일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느낌입니다. 회의록을 어떻게 정리하고 메시지를 어떻게 쓰고 시간을 어떻게 관리할지 같은 표면적 문제가 아니라, 재택이라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일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어떻게 더 잘 활용할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마케터로 4년째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면서 재택과 원격근무에 대한 책을 한 30권 정도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 한국 직장인에게 실제로 도움이 됐던 다섯 권을 추려 봤습니다. 각 책이 다루는 영역과 어떤 분에게 어울리는지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첫 번째 – 제이슨 프라이드와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의 “Remote”

베이스캠프(현 37시그널) 창업자들이 쓴 책입니다. 한국어 번역본은 “리모트”라는 제목으로 나왔고, 원격근무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원격근무에 대한 명료한 철학입니다. 저자들은 베이스캠프를 처음부터 원격으로 운영해 왔고 그 경험에서 나온 통찰을 매우 솔직하게 풀어냅니다. 저자들이 말하는 핵심은 사무실이 일을 하는 데 가장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무실의 많은 관행이 사실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회의에 대한 비판입니다. 회의가 일의 본질이 아니라 일의 방해물이라는 시각이 매우 분명합니다. 회의를 줄이고 글로 쓴 의사소통을 늘리는 것이 원격근무의 핵심이라는 주장이 책 전체에 녹아 있습니다. 저자들의 회사는 비동기 소통을 극도로 강조하며 회의를 거의 잡지 않습니다.

다만 이 책의 한계는 출간 시점입니다. 2013년에 나온 책이라 코로나19 이후의 변화나 최근 도구 환경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원격근무의 근본 철학에 대한 통찰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원격근무를 시작하시거나 이미 하고 있으신 분 모두에게 첫 책으로 가장 추천드립니다.

두 번째 – 칼 뉴포트의 “디지털 미니멀리즘”

조지타운대학교 컴퓨터과학 교수 칼 뉴포트의 책입니다. 직접적으로 원격근무 책은 아니지만 재택 환경에서 깊은 집중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책으로 매우 유용합니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디지털 도구를 의도적으로 줄여 본인의 주의력을 회복하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채로 너무 많은 시간을 디지털 환경에 빼앗기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알림, 메시지, 소셜미디어 같은 것들이 우리의 집중력을 조각조각 부수고 있다는 것이 핵심 진단입니다.

재택근무자에게 이 책이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환경이 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사무실에서는 사회적 환경이 어느 정도 디지털 도구 사용을 제한하지만 집에서는 그게 없습니다. 본인의 의지에만 의존하면 시간이 갈수록 디지털 도구에 더 빠져듭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30일 디지털 디톡스는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강력한 방법입니다.

같은 저자의 “Deep Work”도 함께 추천합니다. 깊은 집중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더 본격적인 책입니다. 두 책을 함께 읽으면 재택 환경에서 어떻게 일해야 할지에 대한 분명한 그림이 그려집니다.

세 번째 – 카르멘 시몬의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

이 책은 직접적인 원격근무 책은 아니지만 비동기 환경에서 본인의 메시지를 더 강하게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한국어 번역본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정보가 무한해진 시대에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메시지와 사람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정보 과부하 상태에 있는데, 누군가의 기억에 자리잡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은 매우 희소한 자원이 됩니다.

원격근무자에게 이 책이 의미 있는 이유는 비동기 환경의 특성 때문입니다. 사무실에서는 직접 만나서 본인의 존재감을 느끼게 할 수 있지만, 원격에서는 메시지와 회의 발언만이 본인의 인상을 만듭니다. 같은 회의에 참석해도 누구는 깊은 인상을 남기고 누구는 거의 잊힙니다. 이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통찰이 이 책에 있습니다.

마케터인 저에게 특히 도움이 됐던 부분은 메시지 설계의 원칙입니다. 어떻게 하면 받는 사람의 기억에 더 오래 남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법들이 풍부합니다. 콘텐츠 기획에도 직접 적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습니다.

네 번째 – 케이트 라스(Kate Lister) 외 “원격근무의 실제”

원격근무 자문 회사 Global Workplace Analytics의 대표가 쓴 책입니다. 한국어 번역본은 없지만 영어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실용서입니다.

이 책의 강점은 데이터에 기반한 실용성입니다. 저자는 수많은 회사의 원격근무 도입을 컨설팅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어떤 방식이 작동하고 어떤 방식이 작동하지 않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원격근무의 비용 효과 분석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원격근무 도입이 어떤 비용 절감과 효과 향상을 만드는지 숫자로 풀어냅니다. 사무실 임대료 감소, 교통비 보조 감소, 이직률 감소, 채용 풀 확대 같은 효과가 합산되면 원격근무가 얼마나 강력한 정책인지가 분명해집니다.

본인이 회사에 원격근무 도입을 제안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이 책의 데이터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막연한 주장이 아니라 검증된 숫자로 무장한 제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 아담 그랜트의 “오리지널스”

와튼스쿨 교수 아담 그랜트의 책입니다. 직접적으로 원격근무 책은 아니지만 자율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특성에 대한 통찰이 풍부합니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패턴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이 흥미롭게도 원격근무자에게 필요한 능력과 많이 겹칩니다. 자기 주도성, 시간 관리, 위험 감수, 비판적 사고 같은 능력들입니다.

원격근무자는 본질적으로 더 큰 자율성과 책임을 함께 받는 사람입니다. 그 자율성을 잘 활용하려면 본인이 무엇을 할지 스스로 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그런 능력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영감을 줍니다.

저자의 다른 책인 “기브 앤 테이크”도 비동기 협업 환경에서 어떤 사람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줍니다. 두 책을 함께 읽으면 원격근무 환경에서 본인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그림이 더 분명해집니다.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까

다섯 권을 한꺼번에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본인의 상황과 관심에 따라 한 권을 골라 시작하시면 됩니다.

원격근무를 처음 시작하시거나 일하는 방식 전반의 철학을 다지고 싶으시면 첫 번째 “Remote”부터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집중력 부족이나 산만함이 본인의 가장 큰 문제라면 두 번째 “디지털 미니멀리즘”이 즉시 도움이 됩니다. 한 달 안에 일상이 분명히 달라집니다.

본인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거나 회의에서 존재감이 약하다고 느끼시면 세 번째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이 통찰을 줍니다.

회사에 원격근무 도입을 제안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네 번째 책의 데이터가 직접적인 무기가 됩니다.

자율성과 자기 주도성을 더 키우고 싶으시면 다섯 번째 “오리지널스”가 영감을 줍니다.

다섯 권을 다 읽으실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두세 권 정도 읽으시면 원격근무에 대한 본인의 시각이 한 단계 깊어집니다. 시각이 깊어지면 매일의 일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진화합니다.

책 읽기를 일상에 통합하기

원격근무자에게 책 읽기는 사실 통합하기 좋은 습관입니다. 출퇴근 시간이 사라진 만큼을 책 읽는 시간으로 옮기면 한 달에 한 권 정도는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일을 시작하기 전 30분을 책 읽는 시간으로 정해 두고 있습니다. 종이책으로 읽기도 하고 전자책으로 읽기도 합니다. 이 30분이 매일 누적되면 일주일에 한 챕터, 한 달에 한 권 정도가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또 한 가지 시도해 볼 만한 것은 책의 핵심 메시지를 본인 일에 적용하는 작업입니다. 책을 다 읽은 후 한 페이지 정도로 요약하고 그것을 본인의 일하는 방식에 어떻게 적용할지 적어 두면 책의 효과가 훨씬 오래 갑니다. 단순히 읽기만 한 책은 한 달이면 잊지만 적용한 책은 본인의 일하는 방식의 일부가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원격근무는 단순히 출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할 기회입니다. 그 설계를 본인 혼자 모든 시행착오로 만드시기보다 좋은 책 몇 권에서 출발점을 얻으시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오늘 시작하실 일은 단순합니다. 위 다섯 권 중에서 본인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한 권을 정하시고 주문하세요. 책이 도착하면 매일 30분씩 읽어 보세요. 한 달 안에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고, 다 읽은 후의 본인은 시작 전과 분명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원격근무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지만 그것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한 책들은 이미 충분히 쌓여 있습니다. 그 지혜를 빌려서 본인의 일을 다듬으시면 같은 시간에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책 한 권이 본인의 1년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면 충분한 가치 있는 투자입니다.


참고 문헌
Bloom N, Han R, Liang J. Hybrid working from home improves retention without damaging performance. Nature. 2024;630(8018):9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