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률 33% 감소 – 직원이 회사에 머무는 진짜 이유

회사가 직원을 잃는 데는 큰 비용이 듭니다. 한 사람을 새로 뽑고 일을 가르치고 자리잡게 하기까지 보통 그 사람 연봉의 6개월에서 1년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매년 이직률이 20퍼센트인 회사라면 인건비의 상당 부분이 사람을 채우는 데 사라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인사 담당자는 늘 이직률을 낮추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연봉을 올리고, 복지를 늘리고, 사내 분위기를 개선해 봐도 결과가 늘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단순한 정책 하나가 이직률을 30퍼센트 넘게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Bloom 외 연구진이 1,612명을 6개월간 추적한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재택근무를 한 그룹의 이직률이 33퍼센트 감소했습니다. 임금 인상도 보너스도 아닌, 단지 주 2일 재택을 허용한 결과입니다.

이 숫자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왜 이런 효과가 나오는지를 풀어 보겠습니다.

재택의 가치를 가장 크게 본 사람들

이직률 33퍼센트라는 숫자는 평균이고, 그 안에는 더 큰 차이가 숨어 있습니다. 연구진이 직원들을 그룹별로 나눠 분석했더니 누가 가장 큰 효과를 보는지가 분명해졌습니다.

가장 효과가 컸던 그룹은 통근 거리가 긴 직원들이었습니다. 편도 1시간 이상 출퇴근하는 직원들의 경우 이직률 감소 효과가 평균보다 훨씬 컸습니다. 매일 두 시간을 길에 버리던 사람에게 그 두 시간을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돌려준다면, 그 가치는 거의 임금 인상에 맞먹습니다. 한 시간 거리를 매일 출근하는 분들은 이 결과에 즉시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효과가 컸던 그룹은 비관리자들이었습니다. 관리자에 비해 비관리자는 재택의 가치를 더 크게 평가했고, 재택 자원에도 더 적극적이었으며, 재택을 한 후의 만족도 향상도 더 컸습니다. 이건 직무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비관리자의 일은 본인이 집중해서 처리하는 시간 비중이 크고, 재택 환경이 그 집중에 더 적합합니다. 회의 사이사이에 끼어든 잡무가 줄고, 본인의 페이스로 일을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세 번째로 효과가 컸던 그룹은 여성 직원들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한국 사회에서도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전히 가사와 육아의 더 큰 비중을 여성이 맡고 있는 현실에서, 재택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다시 짤 수 있는 도구가 됩니다. 통근 시간이 사라지고 점심을 집에서 먹을 수 있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집에 있을 수 있는 환경은 일을 계속할 동기를 만듭니다.

임금 인상보다 강력한 이유

이직률 감소 효과를 임금 인상으로 환산해 보면 재택의 가치가 더 분명해집니다. 일반적으로 한 회사에서 임금을 10퍼센트 인상하면 이직률이 약 5에서 7퍼센트 감소합니다. 즉 33퍼센트 이직률 감소를 임금만으로 만들려면 임금을 50퍼센트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회사가 직원에게 50퍼센트 임금 인상을 해 주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고, 기존 직원들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있습니다. 반면 재택 정책은 회사에 거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사무실 임대료가 약간 줄 수도 있고, 협업 도구 비용이 약간 늘 수도 있지만 임금 인상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이 비대칭이 재택 정책의 핵심 가치입니다. 회사는 작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고, 직원은 큰 만족도 향상을 얻습니다. 양쪽 모두 이득인 보기 드문 정책입니다. 그래서 한 번 도입한 회사가 다시 거두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겁니다.

마케터로 일하면서 우리 회사도 비슷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봤습니다. 코로나19 시기 어쩔 수 없이 재택을 시작했다가 이후에 정착시키는 과정이 있었는데, 경영진의 우려에 비해 데이터로 확인된 효과가 훨씬 컸습니다. 그 데이터를 본 후에 정책 결정이 빠르게 이뤄졌습니다.

재택이 만든 직무 만족도의 메커니즘

이직률 감소가 일어난 근본적 이유는 직무 만족도 향상입니다. 만족한 직원은 회사를 떠날 이유가 적어집니다. 그렇다면 재택은 어떻게 만족도를 올렸을까요.

첫 번째 메커니즘은 시간 통제권입니다. 사무실 근무는 9시 출근 6시 퇴근이라는 정해진 틀에 맞춰 하루를 살아야 합니다. 재택은 그 틀이 느슨해집니다. 본인의 페이스로 시작하고, 점심을 본인 방식으로 먹고, 운동이나 산책 같은 사적인 시간을 일과 사이에 끼워 넣을 수 있습니다. 시간을 본인이 주도한다는 감각이 만족도의 큰 부분입니다.

두 번째 메커니즘은 환경 통제권입니다. 사무실은 누구에게나 같은 환경이지만 집은 본인이 만든 환경입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좋아하는 의자에 앉고, 적절한 조명에서 일하는 경험은 사소해 보이지만 매일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본인의 공간에서 일한다는 자율성이 일에 대한 태도를 바꿉니다.

세 번째 메커니즘은 관계의 다양화입니다. 사무실에서만 일하면 직장 동료와의 관계가 일상의 거의 전부가 됩니다. 재택을 하면 가족, 이웃, 동네 카페 사장님 같은 다양한 관계를 일상에 더 깊이 통합할 수 있습니다. 관계의 다양성은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고, 그 안에 일도 함께 자리잡으면 더 안정적인 삶이 됩니다.

이 세 가지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동하니 만족도가 올라가고, 만족도가 올라가니 회사를 떠날 이유가 줄어듭니다. 재택은 단순히 출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일입니다.

한국 회사에 적용하면

이 연구는 중국 IT 회사를 대상으로 한 결과지만 한국 회사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한국의 통근 시간은 OECD에서도 긴 편입니다. 서울 직장인의 평균 통근 시간이 편도 50분 정도로 알려져 있고,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이 연구가 보여 준 “통근 거리 긴 직원에게 효과 큼”이 한국 직장인에게 더 강하게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 한국적 맥락에서 중요한 것은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입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의 경우 재택 가능 여부가 회사 선택의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워킹맘이 경력을 유지하느냐 포기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재택은 결정적 도구가 됩니다.

다만 한국 회사 문화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은 여전히 사무실 출근을 일의 본질로 보는 인식이 강합니다. 재택을 시도했다가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이 연구의 결과를 보여 주는 것이 한국 회사의 인식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입장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회사 경영진이라면 재택 정책을 단순히 직원 복지 차원이 아니라 인재 보유 전략으로 봐야 합니다. 33퍼센트의 이직률 감소는 한 해 채용 비용을 크게 줄입니다. 그 비용 절감은 다른 직원의 임금 인상이나 복지 강화에 다시 투자할 수 있습니다. 재택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인사 담당자라면 재택 정책 도입 시 효과를 데이터로 측정하시기를 권합니다. 도입 전후의 이직률, 만족도, 성과 점수를 추적하면 관리자들이 갖고 있는 막연한 우려를 데이터로 반박할 수 있습니다. 직관에 의존한 결정보다 데이터 기반 결정이 훨씬 강력합니다.

직원이라면 재택의 가치를 본인이 회사에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재택을 원합니다”가 아니라 “재택을 하면 이 일을 더 잘할 수 있고, 회사에 이런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본인 직무에 맞춘 근거를 제시하면 협상력이 올라갑니다.

이 연구의 33퍼센트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매일 두 시간씩 통근하던 사람이 시간을 되찾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흔들리던 사람이 균형을 찾고, 본인의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얻은 1,612명의 변화가 들어 있습니다. 그 변화가 회사에는 인재 보유로, 직원에게는 삶의 질 향상으로 돌아옵니다. 양쪽 모두 이득인 흔치 않은 정책의 진짜 가치는 그 안에 있습니다.


참고 문헌
Bloom N, Han R, Liang J. Hybrid working from home improves retention without damaging performance. Nature. 2024;630(8018):920-925.